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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집값 전망 흐리는 유체이탈 화법 - 소민호 아시아경 관리자 2016-12-20

집값이 한창 오르는 시점에도 질문이 많았다. 이제 곳곳에서 집값이 하락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질문은 더 많다. 질문의 요지는 '집을 사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때마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그러나 대답은 곤궁해진다. 전문가들조차 집값 전망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판국에 명확하게 답해주기는 어렵다. 설사 특정 지역의 어떤 물건인지를 얘기하더라도 분명하게 매입 여부를 가늠해주기는 힘들다. 사람 잘못 소개해줘서 문제가 심각해지듯, 한두 푼짜리도 아니고 수억 원씩 하는 집에 대해 의견을 섣불리 제시했다가 나중에 무슨 얘기를 들을지 짐짓 두렵다. 참고만 하겠다고 하건만, 이건 심각한 일이다.


그래서 종종 전문가의 분석에 귀를 기울인다. 물론 전문가들 역시 미래를 훤히 내다보긴 어렵다. 고급 정보를 가진 전문가들이지만 대개 다음해 말에 딱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아무래도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겨나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문가의 진단은 유용하게 참고할 수밖에 없다. 더 넓은 시야를 가진 전문가를 활용한 집단지성에 기대는 것이 위험을 줄이는 방편이다.


전문가들은 위험스런 전망 작업에 발을 담그면서 약간의 '보험'을 드는 경우가 많다. 자기 책임을 살짝 떠넘기는 듯한 말미 흐리기 방식이 주로 활용된다. '보여진다'라는 다소 이상야릇한 표현이 단골이다. "집값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 등의 형태로 쓰인다. 이 단어는 영화에서도 부각돼 인기 단어로 등극한 적이 있다. '내부자들'에서는 언론사 논설주간이 "볼 수 있다"라는 부분을 "매우 보여진다"고 바꾸라고 기자들에게 얘기하는 장면이 있다. 기사를 쓰는 주체가 사실에 대해 모호하게 처리를 할 때 "보여진다"라고 문장을 마무리하는게 보통인데, 영화에서는 언급하는 사람이 직접 나서 이렇게 표현을 해보라고 코치를 해준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보여진다'는 표현이 맞춤법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보인다' 정도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며, 억지 이중피동은 지양해야 한다는게 국립국어원의 지적이다.


어법에 맞지 않는 단어가 남발돼서는 안 된다는 데는 대부분이 원칙으로 동의하는 것 같다. 사실 우리는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이런 어색한 단어를 흔하게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사회에서 소위 오피니언 리더라고 하는 이들은 공식 보고서나 공개장소에서 쉽게 쓴다. 일상의 언어와 공개석상의 언어가 달라야 한다는 어떤 강박이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공개된 자리에서 내뱉는 말들은 당연히 사석보다 격식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만 격식과 불필요한 모호한 용어의 남발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의 국정농단 사태를 둘러싸고 국회에서는 많은 질의와 응답이 오가고 있다. 이 장면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무겁기 그지 없다. 어이없는 사태로 국정이 중단된 상태에서 그 잘잘못을 가리는 행위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격적이라고들 한다. 더구나 비정상적 언행을 일삼은 주인공들이 국정 철학의 하나인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하면서도 정상을 배척했다는 점에서 분노를 느끼고 있다. 이 와중에 이들의 비정상적 언어 구사 능력이 도드라진다. 단어 하나에 국한하지는 않는다. 동문서답에 책임회피식 자세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식으로 국가가 어떻게 운영돼 왔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며칠전엔 '피눈물'이란 단어도 등장했다. 과연 이 나라에서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진정 누구인가. 주체를 잃어버린 피눈물이 나라 안에 흥건하다. 모호한 전망도 자제해야 하지만, 주체가 모호한 유체이탈 화법도 이젠 멈춰야 한다.



소민호 부동산부장 smh@asiae.co.kr